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김가온 (영생 한국학교)
옛날 어느 산골에 팥죽을 잘 끓이는 팥죽할머니가 살았어요.
뜨거운 봄날, 할머니가 팥 밭에서 김을 매는데
커다란 호랑이가 나타났지요.
“어어흥”
“호랑아, 제발 살려다오.”
“살고 싶으면 나랑 김 매기 내기하자.
호랑이는 순식간에 팥 밭을 다 매고 말았어요.
“호랑아, 동짓날 팥죽 한 그릇만 먹고 날 잡아먹으렴.”
“팥죽?... 좋아, 그럼 그때 잡아먹지.”
드디어 동짓날 아침이 되었지요.
알밤이 또르르르, 송곳이 콩콩콩콩,
달걀이 데구르르, 거위가 뒤뚱뒤뚱
맷돌이 빙글빙글, 멍석이 돌돌돌돌
지게가 으라차차 와서는
“할머니 왜 울어요?”
“호랑이가 날 잡아먹으러 온다고 해서 운다.”
“팥죽 한 그릇 주면 못 잡아먹게 하지.”
할머니는 팥죽을 듬뿍 퍼 주었어요.
해가 뉘엿뉘엿 지자 호랑이가 나타났어요.
“할멈, 할멈! 팥죽 먹으러 왔소!”
호랑이는 팥죽 냄새가 나는 부엌으로 들어갔지요.
그때 알밤이 ‘탁’ 튀어 호랑이 눈을 ‘퍽’ 쳤지요.
호랑이는 벌러덩 넘어지다가
송곳에 푹 찔리고 말았어요.
호랑이는 엉덩이를 씰룩대며 밖으로 나갔지요.
그때 달걀이 발을 걸어
호랑이는 우당탕 넘어졌고,
거위가 호랑이 머리를 땅땅 쳤어요.
호랑이가 ‘아야야’하며 나가려고 할 때였어요.
지붕위에 있던 맷돌이 슈우웅 하고 떨어졌지요.
“요놈아, 아프지?”
호랑이는 멍석 위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어요.
“호랑이놈, 혼 좀 나봐라.”
멍석은 호랑이를 똘똘 말아 지게로 올라갔지요.
지게는 쿵쿵쿵쿵 강으로 가서
호랑이를 풍덩 빠뜨리고 말았어요.
그 후로 팥죽 할머니는 고마운 일곱 친구들과
팥죽을 나눠 먹으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