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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의 가지 치기

김현정(필라 한인 천주교회 한국학교)

봄이 되면 가로수 가지들이 몽당연필처럼 잘려 나간 것을 보곤 합니다. 한 여름내 숱 많은 파마머리처럼 이파리를 이고 있던 나무들이지요. 더 푸르고 더 건강한 나무 되라고 그런다지요.

제 꿈도 그 가로수들처럼 가지 치기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어떤 가지를 잘 쳐 내야 더 훌륭하고 더 건강하고 더 아름다운 사람으로 자랄 것인가 하는 것이 제 숙제랍니다.

아주 꼬맹이였을 때 제 꿈은 엄마가 되는 것이었어요. 엄마가 저의 모든 것이었죠. 교회에서 엄마가 보이지 않아 울고 있는 제게 엄마를 찾아주기 위해 ‘너 이름이 뭐니?’ 하고 물어도 제 대답은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 딸!’ 그래서 사람들을 웃겼다고 해요. 

귀여운 아기들을 돌보고, 맛 있는 반찬도 척척 만드시고, 장난꾸러기들을 혼 내시던 엄마는 참 근사했습니다. 제일 근사했던 것은 엄마가 화장을 할 때였는데요, 저는 사팔뜨기 눈이 될 만큼 집중해서 바라보곤 했답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입술에 루주를 바른 엄마가 거울을 보며 생긋, 웃고 나선 저를 포근히 안아주셨어요.

이제 고등학생이 된 저는 좀 더 성숙한 생각을 하지요. 그런데 고민은,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선생님도 되고 싶고, 소설가도 되고 싶고, 의사, 심리학자, 그리고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사정을 미국이나 한국처럼 잘 사는 나라에 알려서 가진 것을 함께 나누자고 홍보하는 사람도 되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왜 사람은 한 사람의 인생 밖에 살 수 없을까, 고민했던 적도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한꺼번에 다 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어떤 일을 하고 싶었을 때 가졌던 처음의 마음을 간직하고 잊지 않으면, 여러 사람의 인생을 한꺼번에 살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되든 엄마가 사랑으로 저를 포근히 안아주셨던 것처럼 사람들을 대한다면, 엄마가 되고 싶었던 꿈을 언제 어디서나 이룰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도서관에서 자원 봉사를 할 때 어린 친구들이 와서 뭘 물어보면 제가 엄마가 된 것처럼 기쁜 마음으로 도와줍니다. 얼마 전엔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들과 하나가 되기 위해 10 킬로미터를 걸었어요. 물론 제가 숙녀이기 때문에 거울 앞에 있는 시간도 적지 않아요. 튼튼하고 날씬한 사람이 되기 위해 학교 수영팀에서도 열심히 하죠.

제가 쳐 내야 할 가지가 싱싱한 꿈 자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별로 큰 일도 아니니 대충하자’ 라든가, ‘이 숙제는 마감날이 좀 남았으니 오늘은 그냥 자고 내일이나 모레쯤 해도 되겠지’ 하는 마음, 공부할 것이 너무 많아 짜증 나는 것을 엄마나 동생에게 화풀이 하는 것. 그런 것들이 제가 쳐 내야 할 가지겠죠.

공부하다 너무 힘이 들 땐 눈을 감고 열심히 살고 있는 미래의 제 모습을 상상하곤 합니다.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 지는 아직 의문이예요. 가지를 잘 쳐낸 잘 자란 나무처럼 이파리가 무성하고 꽃이 아름다운 그런 사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제가 만든 그늘 아래서 사람들이 쉬어가길 바라고, 제가 피워낸 꽃에서는 제가 자라난 미국과 어머니의 나라 한국의 향기가 아름답게 풍겨나길 바래요. 사람들이 그러겠죠? 아! 이게 무슨 꽃 향기야? 정말 괜찮은데? 씨를 얻어가서 우리 집에도 심어야겠다, 하고요. 사람들에게 씨를 듬뿍 듬뿍 나눠줄 거예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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